우리는 살아가는 매순간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하기도 하고 미약하지만 그때의 감정도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정말 사실일까요? 혹시 우리도 모르는 무의식중에 기억을 바꿀 수도 있을까요?
최근 뇌과학과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기억을 조작하는 기술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기억을 강화하거나 삭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 글에서는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작성하겠습니다.
1.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뇌에 받아들인 인상, 경험 등 정보를 간직한 것, 또는 우리 뇌에서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는 과정을 기억이라고 합니다.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 기억의 형성 (Encoding)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해마(hippocampus)라는 뇌의 부위가 그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해요. 예를 들어, 친구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면, 그 순간의 소리, 감정, 분위기 등이 해마에 저장하게 됩니다. - 기억의 저장 (Storage)
기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저장되는 단기 기억과 오랫동안 유지되는 장기 기억이 있습니다. 단기 기억의 정보는 반복적인 시연과 조직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됩니다.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수면입니다. 충분한 수면은 장기 기억을 더 강하게 저장할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 - 기억의 인출 (Retrieval)
인출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필요할 때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떠올려도 매번 다르게 기억될 수 있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2. 기억을 조작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기억이 단단한 금속처럼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연구를 통해 기억은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어떻게 기억을 조작할 수 있을까요?
- 거짓 기억 (False Memory) 실험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는 '거짓 기억을 심는 것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릴 때 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 처음에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주자 참가자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즉, 기억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 반복적 주입을 통해 조작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3. 최신 연구: 기억을 삭제하고 강화하는 기술
최근에는 단순히 거짓 기억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기억을 삭제하거나 강화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의료적 필요, 기술 발전,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 등과 맞물려 있습니다.
1) 기억 삭제 연구
1950년대에는 전기충격요법(ECT)과 같은 방법으로 정신 질환을 치료했습니다. 허나, 전기충격으로 이뤄지는 과정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과 더불에 뇌의 다른 곳에도 강제적인 충격을 가하게 되어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수반되었기에 전기충격요법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 전쟁이나 사고로 인한 충격적인 기억을 가진 환자들은 그 기억 때문에 고통속에서 평생을 살아갑니다.
- 연구자들은 특정 약물(프로프라놀롤)을 사용해서 트라우마 기억을 약하게 만들거나 삭제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연구
- 프로프라놀롤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면 트라우마 기억을 떠올릴 때 감정을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완전히 기억을 지우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을 약하게 만들어 덜 고통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2) 기억 강화 연구
공부를 잘하고 싶고, 회사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망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슴속에 품어봤을리라 생각합니다. 분명히 공부한 내용인데 시험지를 바라보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찍기(?) 신공으로 답을 작성했던 기억이 대부분이며, 업무하면서 들은 내용인데 동료에게 이를 설명할 때 머릿속에 안개가 꼈던 것처럼 막막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기억력이 조금 더 튼튼했다면 시험에서도 업무에서도 막힘없이 대응할 수 있었을겁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 기억 강화 연구도 수행되고 있습니다.
- 전기 자극을 통한 기억 강화
- 뇌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뇌의 해마와 연관된 부분을 자극하면 기억을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 유전자 조작을 통한 기억력 향상
- 특정 유전자를 조작하면 기억을 더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 쥐 실험에서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하는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기억을 조작하는 연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억을 삭제해서 트라우마를 치료하거나, 기억을 강화해서 학습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는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윤리적인 문제도 반드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기억 조작 기술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와 미래 전망에 대해 더 깊이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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